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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2 요즘의 나, 2012년 2월 12일 Sunday
2012. 2. 12. 22:04
요즘의 나는 겉으로는 매우 바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고 있다.

 평일에는 운동을 목적으로 걸어서 회사에 가며, 집에도 걸어서 온다.
일 끝나고 나면 지하 1층에 있는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매일 약 500g 씩의 감량이 이루어진다.
아침에는 삶은 달걀 2개와 바나나 2조각을 인스턴트 커피 혹은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 먹는다.
점심에도 조절식을 먹으면 좋겠지만, 준비하기가 마땅치 않은 까닭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당에서 먹는다.
이게 상당히 고칼로리이고 또 꽤나 먹기엔 고역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내 돈 주고 사먹기엔 아깝다.
저녁에는 집에 도착하여 먹는데, 바나나 1쪽 혹은 삶은 달걀 1개를 선택하여 먹거나 둘 다 먹거나 하고
스미노프 레드를 언더락 식으로 포도 쥬스와 섞은 칵테일[각주:1]에 스페샬K를 안주삼아 먹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저녁이라 삼은 것들을 먹으면서  거침없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시청하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 시간 관계로 본 방을 보지는 못한다. 다운 받아서 그날 분량을 바로 본다.)

 주말에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요일에 야구[각주:2]를 했다.
토요일에는 주로 친구를 불러서 놀거나, 약속을 잡거나, 정 없으면 집에 올라가서 쉬었다.
여름 이후부터는 등산[각주:3]에 취미가 붙어서 토요일에 등산을 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일요일마다 보드를 탔다. 토요일엔 역시 봄~가을과 마찬가지로 지냈다.
주말 식사는 평일 운동 생각하지 않고, 술도 마시며 고기도 먹고 그렇게 했다.

 
  어떤가?

 참, 바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고 있지 않는가?
회사에서 일하고, 일 끝마치면 집에 와서 간단한 티비 프로그램 하나 보면서 식사 마치고
잠들고, 주말에는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건전하게 등산을 하거나 야구를 하거나 보드를 탄다.  

 그런데, 참 허전하다.
마음이 허전하다. 몇 개월 전부터 슬픈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평범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이 나온다. 마음이 울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책을 한 권 샀다.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평일에 회사-운동-집 반복되는 사이클 때문인가 싶어서 평일에 읽으려는 이유여서 이다. 

 
 뒤돌아보면, 혼자 산지도 벌써 횟수로 3년. 꽉 채운 2년이 2달 남았다.
그 동안도 외로움을 느꼈지만 피부로 느꼈다면, 머리로 느꼈다면.. 지금은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허전함을 지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약속을 잡고 할 일을 만들고 그도 안된다면 혼자서라도
예전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하고 있는데도, 힘들다. 


 오늘은 혼자서 조조 영화[각주:4]를 봤다.

 혼자서 영화 보기란.. 내 인생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집의 작은 모니터를 통해서 영화 보는 것쯤은 나도 쉽게 할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 혼자 앉아서 긴 대기시간을 뚫고
캄캄한 공간이 되기를 기다려 마침내 영화가 나올 때까지의 멋쩍음을 견뎌내는 일을 상상도 못했었는데, 했다.

 생각보다 별 것은 아니었고 - 긴 대기시간이 두려워 다른 층에서 숨어 있었지만 -  편하기도 했다.
의자에서 다리를 이리 올려보고, 자세를 마음껏 고쳐서 앉아도 보고, 좌로 우로 기대도 보고, 몸은 편했지만,
영화 보는 내내 어딘가 불편해서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호수 위에서 앉아 있는 백조들을 볼때 이런 시선이 있다.

 물 위로 비치는 모습은 너무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그러기 위해서 물 아래의 모습은 계속 발을 버둥거리며 있다고 하는
예전 학교 다닐 적에 선생님[각주:5]이 해주신 말씀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 사람은 너무 여유롭고, 모든 것을 다 잘알고
어렵고 힘든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저 사람도 저런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백조에 빗댄 것인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들이 본다면 어떻게 비춰 질까?
물고기들 눈에는 백조는 성실한 사람이다. 물 위에 있기 위해서 물 속에서 계속 물장구를 치고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물 밖의 백조는  외로울 지도 모른다. 울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물 속에서는 일그러져서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백조 친구들과 같이 있지 못하는 홀로 떨어진 백조는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할지도 모른다. 허전함을 채울 무언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계속 허전할 것이다. 






  1. 칵테일에 대해 작성된 글은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본문으로]
  2. 야구에 대해서 따로 글을 작성할 계획이며, 2011년 5월에 시작하였다. [본문으로]
  3. 등산에 대해서도 따로 글을 작성할 계획이며, 2011년 여름에 한라산을 다녀온 후로 취미가 붙었다. [본문으로]
  4.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보았다. 리뷰를 쓸 것인지는 미정이다. [본문으로]
  5. 대학 및 대학원 은사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은사님과 대학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 [본문으로]
Posted by zero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