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3. 12:49
마음이 불편하고
불편하고 불편하다
Posted by zerolive
2012. 4. 30. 08:35

 기다려진 주말이 왔다. 생활 자전거라고는 꽤 오래전부터 탄 편이었지만, 실제로 먼 거리를 자전거를 통해 주행해본 적은 군대 가기 전 친구들과 놀러 갔던 제주도에서의 트래킹이 전부였던 터라 주말에 한강을 가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꽤나 모험적이고 전혀 개연성이 없는 즉흥적이며,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강에 자전거를 가지고 - 정확히는 한강까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 가는 계획을 세운 며칠 전부터, 네이버 지도의 도움을 받아서 꽤나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처음 계획은 이러하였는데, 내가 알아본 사전 정보에 의하면 탄천과 안양천을 통해 한강으로 쉽게 갈 수 있고, 두 개의 하천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 평소에도 많은 자전거를 통해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알았고, 따라서 한강으로 갈 적에는 탄천을 이용하여 올라갔다가, 한강을 끼고 여의도를 지나 안양천 합류지점을 통해 안양천을 타고 다시 수원으로 복귀하는 원대한 생각을 구상하였다.

  처음 계획에 따른 거리 미터는 약 120km 정도로 꽤나 중거리에 속하는 코스가 되며, 자전거 전용 도로라고 불릴 수 있는 하천 주변 도로를 제외하면 차와 같이 달리거나, 좁은 인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가야하는 코스도 족히 되는 쉽지 않는 코스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한강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변경되었다.


< 이 코스를 비슷하게 왕복한 셈이다 >


  처음 계획대로 난, 집에서 나와 영통을 거쳐 기흥 구청쪽 업 힐을 타고, 용인 시내로 진입하여 면허 시험장을 거친 후 마침내 비로소 탄천 자전거 전용 도로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이 시점까지 약 15km를 달렸으나 처음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직 채 모험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엔돌핀 때문인지 몰라도 전혀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탄천은 처음 와본 곳이었는데, 처음 용인 시 경계에서는 물이 혼탁하고 냄새가 났으나 점점 분당 쪽으로 가면 갈수록 도로는 좋아지고 주변 경관이 뛰어났으며, 심지어 하천에서도 냄새가 사라지는 것이, 아 이것이 부자 동네의 힘인가 싶었다. 아마 하천의 냄새는 민감한 후각 탓에 쉽게 못 맡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여지껏 살면서 서울시를 경계로 서쪽에 치우친 생활권을 살다가, 동쪽의 생활권을 느껴보는 기분은 색달랐다.


< 탄천 자전거 전용 도로 >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도착하기 까지는 약 2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자전거 안장에 있었다. 이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는데, 몸과 마음이 생생한 시점에는 약 15km를 달리자, 엉덩이 및 남성의 성기 부분에 심한 통증이 느껴져서 쉬어야만 했으며, 돌아오는 길은 그 쉬는 주기가 더욱 짧아졌다. 안장이 구입한 자전거에 달려있는 기본 품목이라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내 몸이 아직 적응을 못해서 그런 것인지 이것도 아니라면, 내가 특히 자전거에 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통증으로 인해 돌아오는 길이 결코 쉽진 않았다.


< 성수대교에서 다시 탄천 쪽을 달리면서 찍었다. 대충 찍어서 화면 저장의 기능밖에 되질 않은 사진 >


  돌아오는 길은 약 3시간 반에서 4시간 가까이가 소요되었으며, 처음 갔던 코스와는 달리 죽전에서 상광교 IC 및 동수원 IC를 지나,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거쳐 1번 국도를 타는 코스로 변경하여 돌아왔다. 이유는 면허 시험장을 지나 흥덕 고개를 지나갈 때 도저히 그 업 힐을 가지 못할 것만 같은 생각에 코스 변경을 하였지만, 월드컵 경기장 지나기 전이나, 상광교 IC 진입 전의 업 힐도 만만치 않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무사히 트래킹을 마치고 도착하였으니 처음 시도한 것 치고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고 알았던 것이지만 수원에서도 꽤나 한강을 자전거를 이용해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다음에 다시 한강 트래킹을 가게 된다면 이번 트래킹 결과를 교훈 삼아 조금 더 안전하고 계획적인 휴식을 통해서 돌아올 때 지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약 100km나 자전거를 탔는데도 불구하고 허벅지가 심하게 땡기진 않았다. 페달질을 꽤나 열심히 했는데도, 생각보다 땡기지가 않는 것을 보면 내 허벅지가 단련이 되어 있는 것인지 내 기준이 낮은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 덕분에 다음 날 야구하러 가서도 잘 할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Posted by zerolive
2012. 4. 27. 15:24

  삼천리 레스포 브랜드에서 나온 유사 MTB로 모델명은 Stinger 100D로, 당초 예상 구매 금액보다 초과되었지만, 구입하고 나서도 찝찝하리만큼 좋은 성능의 자전거들은 가격이 쎘다.

  실제 자전거를 값을 주고 구매해본 적이 중학교 1학년 때 입학 선물로 받은 10만원 상당의 MTB 모양을 갖춘 자전거였으니, 아무래도 그 동안의 간격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은 이정도 하는게 맞긴 하겠지만, 그래도 실제로 성인이 된 이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지불되는 값들은 비싸다. 

  자전거를 구입한 일은 화요일이었고, 당장 다음날 부터 자전거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은 처음 수원에 자리를 잡은 이후 막내 작은 아버지께 받은 자전거로 몇 번 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 때에는 운동에 관심도 없었고, 곧바로 차를 구입하게 되어 자전거는 내 관심에서 멀어져버렸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잠시나마 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볼까 하는 찰나에는 자전거를 도난 당하고 말아서, 그 이후 약 2년 여를 자전거 없이 보냈었다. 

  사실, 자전거를 집 앞 1층 현관에 반지하와 연결되는 욕실 쇠창살 고리에 묶어 둔 채로 몇 달을 지내다가 가끔 집 근처의 중학생 들이 좁은 골목에서 웅성 거리는 것을 본 이후에는 자전거에 대해 분실 위험을 느끼고 있었지만 훔쳐가던지, 말던지 아니면 없어지던지 그다지 신경을 안쓰고 있었던터라 누구를 탓할 것은 없었다.

  

  며칠 전에 집 앞의 남부우회로와 연결되는 동탄 연결로와 그리고 박지성길로 우회되는 코스를 따라 가볍게 러닝을 한 적이 있었다. 주말 동안 자금 사정의 압박으로 혼자서라도 돌아다니기에 제약이 있어서, 집에서 스포츠 중계나 다운 받은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서 있다가 밤 9시 정도가 지날 무렵 갑갑한 기분에 어디라도 나가서 뜀박질을 해서라도 기분을 전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평소에 눈여겨 보았던 코스를 달려가 러닝을 시작했던 것인데, 나중에 회사에서 네이버 지도를 통해 코스 길이를 가늠해보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꽤나 긴 코스였다. 다행인 점은 코스 자체가 얕은 업 힐과 적절한 다운 힐로 구성되어 있는 점, 그리고 사람들의 통행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도로는 아니라는 점이었고, 역시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코스를 통해 가볍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걸어서도 1시간이 걸리는 코스로 거의 모두가 평지로 되어 있어서, 운동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자전거를 구입한 이후 바로 이 코스로 달려가 시승을 시작하였는데,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안장의 낯설음일까 엉덩이가 상당히 아파 첫 날과 둘째 날에는 많이 타질 못하였다. 


  이번 주말에 집에서 탄천을 이용하여 한강을 가기로 계획을 짜보았는데, 이를 위해선 실제 예행 연습이 필요했다. 집에서 한강까지의 거리는 총 50여 키로가 소요되는데 위 코스를 이용하여 계산하면 약 10바퀴를 완주한다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실제로 한강까지의 경사가 평지로만 구성되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단순히 나의 체력으로 갈 수 있을 지를 가늠하기 위하여 26일 저녁에 예행 연습 삼아 코스를 몇 바퀴를 돌아 보았다.

  코스를 주행해 본 결과 3 바퀴가 되어가는 시점에 엉덩이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그와 동시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3바퀴라면 약 1/3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며, 주말에 한강까지 가는 동안 최소 3번의 휴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계산이 되어졌다. 기대되는 주말, 예전에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초기에 느꼈던 설레이는 주말을 맞는 기분, 오랫만이다.


< 스팅거 100D, 전방 전조등과 후미등 그리고 조그마한 자전거 백과 물통 케이지를 추가로 장착하였다. >


< 차대번호 - L11C00994 >


< 야간이라 ISO 감도가 안좋다, 모델은 뭐...  >









Posted by zerolive
2012. 3. 12. 11:39

<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



< 토라도라>



 주말 동안 2 편의 애니를 봤다.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그리고 토라도라.

 
Posted by zerolive
2012. 3. 3. 15:54








 사회인 야구까지는 아니지만, 테니스 공 야구를 하기에 틈틈히 옥상에 그물을 설치해서 타격과 투구를 연습하고 있다. 머릿 속으로 그려본  이론적인 투구 모션과 밸런스,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 릴리스 포인트 들이 모두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실제의 투구 폼은 영락없는 아마추어 그 이하와도 같다.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나중에 향상된 폼을 가지고 더 나은 공을 뿌릴 수 있을 때 뿌듯함을 가지기 위한 목적으로 오늘부터 정기적이진 않겠지만 투구 연습이나 타격 연습을 할 때마다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Posted by zerolive
2012. 3. 1. 21:47

 오늘로부터 93년 전, 만세 운동을 불렀던 날, 3월 1일을 맞이하여 집안 대청소를 하였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3월 1일은 그저 쉬는 날 혹은 TV에서 만세 운동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나 영화, 그 시대를 그리는 드라마를 틀어주는 그런 날로 기억을 하지, 기념일 답게 지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단히 의미 깊고 중요한 날이고 충분히 기념할 날이지만, 아무튼 지금 세대는 물론이거니와, 나에게도 그 의미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예전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 때는 그저 태극기를 꺼내서 계양하는 것으로 3월 1일을 대신하였는데, 직장에 다니는 지금은, 그리고 계양할 곳도 없는 곳에서 사는 현재로서는 3월 1일이 주는 휴식이 고맙기만 하다.

 평일 가운데 끼어 있는 휴식일을  기뻐한다는 듯, 2월 29일날 벌어진 쿠웨이트 전, 월드컵 3차 예선도 승리로 장식하고 기분 좋게 치킨과 맥주, 소위 말하는 치맥을 즐기며 다운 받은 영화[각주:1]를 새벽 늦도록 보며, 한 껏 게으름을 피운 결과 정오가 되어서야 겨우 잠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미적이며 잠에서 깨자마자 틀어본 TV에서는 어김없이 3월 1일을 맞이하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는데, 독도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조금 관심이  가서 보았는데,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예전에 1900년 초에는 독도에는 바다 사자의 일종인 강치라는 포유류가 서식했는데, 이 강치를 일본놈[각주:2]들이 러일 전쟁을 틈타 무분별하게 사냥했을 뿐만 아니라, 독도를 불법적으로 자신들의 영토에 편입시키고 이때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말도 안되게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강치들은 일본놈들이 거짓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다큐멘터리 중간에는 사실, 일본놈들이 강치를 사냥하기 전에 -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시발점은 자신들이 최초로 독도에서 강치를 사냥했다는 것에 있다. - 조선인들이 울릉도와 독도에서 강치의 존재를 먼저 알고, 사냥도 했었다는 것을 증거로 일본의 독도에 대한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있었다.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이라는 노랫말도 있듯이, 독도는 분명히 대한 민국의 영토인데, 시마네현청사 앞 전광판에 버젓히 거짓된 영토 주장을 일삼거나 하는 등의 일본의 그릇된 태도는 인도주의적, 글로벌 관점에서 같이 경쟁하고 상생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는 이불을 탁탁 털어 옥상에 내어 걸고, 약간의 정리 정돈을 하고, 방 바닥을 쓸고, 걸레로 닦아 내었다. 이 정도는 평소에도 사실 쉽게 할 수는 있는 일인데, 집에 좁고 수납할 공간이 많이 없다 보니 방이 어질러져 쉽게 맘이 내키질 않아, 요즘은 월례 행사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곧 이제 봄이 오기 때문에, 신경 써서 구석 구석 깨끗이 청소를 하였다.  나는 예전부터 감기에 쉽게 걸리진 않는데, 꼭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한 두번 걸리면 2~3일 정도 크게 고생을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계절이 바뀌고 황사와 꽃가루가 불어오는 시점에는 꼭 깨끗이 청소를 해야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청소를 마치고 간단히 찬 물로 머리를 감았다. 청소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겨울철 차 시동을 미리 걸어 두어 찬 기운을 없애고 따뜻한 히터를 틀어 놓아 따뜻하듯이, 몸이 적당히  데워지고 날씨까지 완연한 봄처럼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어서, 찬물로 세수를 해도, 머리를 감아도 괜찮겠다 싶었었는데, 그것은 정말 큰 오산이었다. 1박 2일에 이승기가 맨 처음 등장했을 무렵, 겨울철에 찬 물로 세수하면서 무척이나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쥐는 장면과 같이, 정말 죽을 맛이었다. 약 3번의 머리 감싸쥠 끝에 겨우 머리를 헹굴 수 있었고, 따뜻한 드라이기 바람에 잠시나마 행복감까지 느꼈다.

 청소와 세신까지 마친 후에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옷을 입고 광교산을 향했다.

 얼마전 포스트에 지리산 산행기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산은 점점 다닐 수록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만 같다. 처음 제대로 스스로 등산을 하기로 마음 먹은 후 올랐던 산이 광교산이었는데, 산이란 것은 참 재미있게도, 한 번 갔을 때, 두 번 갔을 때, 그리고 여러 번 갔을 때 모두 같은 느낌이면서, 미묘하게 다른 기운과 느낌을 안겨준다.

 내가 광교산을 오르는 코스는 주로 상광교 종점 버스 정류장 근처 갓길에 적당히 차를 세운 후 시작하는데, 예전에는 군 부대 통신탑 쪽으로 포장 도로를 올랐으나, 이 코스는 시간이 촉박하고 간단히 산 기운만 느끼고 싶을 때 이용하며, 현재는 토끼재 쪽으로 오르는 코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토끼재를 올라, 좌측으로는 시루봉을 갈 수 있고, 우측으로는 비루봉과 조금 더 가면 형제봉을 갈 수 있다.

 오늘도 토끼재 코스를 올랐다. 요즘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 없이 한 걸음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아직은 붙어 있는 살들이 많은지 숨이 차고 땀도 무척이나 많이 나서, 토끼재 정상까지 한 번 쉬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운동을 꾸준히 한 까닭에 육체적으로는 근력이 받쳐주어 숨만 조금 고르고, 땀을 닦아내고 다시 곧바로 오를 수 있었다. 토끼재를 올라 벤치에서 잠시 땀을 자연스레 불어오는 바람에 씻겨내고는 비루봉과 형제봉 쪽으로 향했다.

 비루봉은 토끼재에서 약 60미터만 가면 갈 수 있는 봉우리인데, 정자가 놓여 있어서 산행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형제봉은 비루봉을 지나서 약 1.2km 정도를 가야 나오므로,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였다. 사실 형제봉을 가는 것이 오늘이 처음인지라, 끝없이 계속해서 내려가는 등산 코스에 산 아래까지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일었었다. 봉우리와 그 다음 봉우리를 가게 되면 보통은 약간 내려온 후 능선을 따라 이동하여 다시 약간 올라가면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계속해서 나오는 내리막길에 이 곳은 내가 알던 그런 능선 생김새가 아니구나 싶어 여차하면 그냥 하산하려고도 했다.

 걱정은 기우였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형제봉이 400m 남았다는 표지판을 만났다. 산 길로 400m 라면 표현이 웃기지만, 정직한 표지판인 경우에는 오르막길 기준으로 약 30분정도에서 평균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기에, 힘을 내어 형제봉을 올라가기로 했다. 사실 하산하려고 해도 하산할 샛길이 없었다. 표지판을 지나자마자 바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는데, 한 번 힘들게 토끼재를 올라오고 나니, 오르막길도 쉬엄쉬엄 걸어가자 크게 힘이 들지 않았다. 등산을 하면서 알게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데, 처음 산을 오를 땐 무척이나 힘이 들고 숨도 차고 하지만, 중간 능선이나 작은 봉우리 정도를 지나고 나면, 희안하게도 처음과 같은 오르막길을 만나더라도, 느끼게 되는 힘듦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마 항생제에 대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내성을 갖듯, 아니면 사람들이 한번 맞닥뜨린 자극에는 쉽게 반응을 못 느끼고 더 큰, 더 강한 자극을 찾듯이, 등산에도 비슷한 원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다른 일에도 이런 원리들이 있지는 않을까? 어떤 분야라도, 전혀 새로운 일이나 공부를 처음 하게 될 때에는 많은 힘이 들지만, 어느 정도 하고난 이후에는 처음에 얻었던 결과를 얻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나 고된 정도가 처음보다 훨씬 적게 되는 것이, 등산도 마찬가지 였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나자, 더욱더 힘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내 형제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형제봉 비석 아래 편에는 매우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 곳을 가자 나무에 가려져 있던 경치가 드러나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실어 가며, 머리 카락을 살살 간지럽히니, 숨이 찼던 것도, 힘이 들었던 것도 모두 다 잊을 만큼 좋은 느낌에 가만히 풍경을 두 눈 가득 담아 보았다.


< 형제봉 비석, 448M 밖에 안된다. >





< 형제봉 아래 편에서 바라본 광경, 아마 용인 어디 쯤일 것이다 >


 사진으로는 내가 느낀 느낌이나 기분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아마 조금 좋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그래도 사진을 보면서 이때 느꼈던 것의 몇 프로라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직접 보는 것만 못할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동영상까지 담아 보았다.




 세로로 찍은 탓에, 넓게 보여지지 못해 아쉽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언제 다시 이 동영상을 본다면 그 날의 기분을 다시 느껴봤으면 좋으련만, 동영상이 너무 안좋게 나왔다. 하지만 바람 소리만큼은 리얼하다! 저 바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시원했었는지 소리만 들어도 느껴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긴 휴식과 혼자만의 생각을 뒤로 접은 채 하산을 하기 위해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려 걸었다. 등산을 하면서 주변 산행객들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음악을 틀어 놓고 이어폰을 꽂은 채 산을 올랐었는데, 시간이 얼추 지나자 주변에 산행객들이 없어 이어폰을 뺀 채 자연이 주는 소리들을 만끽하며 하산을 하였다. 자연이란 것을 온전히 느끼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10대에는 자극적이며, 신기한 것들을 쫒느라 자연을 느끼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였고, 20대에는 스스로의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하여 다른 틈이 없었다. 

 하지만, 30대가 되어 규칙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주말이 되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자, 비로소 그 동안 받았던 자극들이나 신기한 세상 경험들, 그리고 힘들게 거쳐온 나의 20대 시간들을 자양분 삼아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자연을 맞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어렸을 때 보아왔던 어른들이 하던 것들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산을 좋아하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흐느끼는 들판을 바라보며 가슴이 푸근해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고, 구수한 가락이라던 트로트가 왜 구수한 지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다시 비루봉에 도착하자, 때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왜 태양은 떠오를 때와 저물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 어떤 일을 하던지 간에 처음은 멋지고 의욕차고 힘차게는 누구나 잘 하는 것 같지만, 일을 마무리 할때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까지 온 신경을 다해서 해내고야 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자연처럼, 태양처럼 끝을 낼 때에도 아름답게, 온전히 끝맺음을 내야 할 것인데, 오늘도 자연에게 하나 배워간다. 이것이 등산이며, 자연을 함께 하는 삶 아닐까.

< 광교산 비루봉에서 맞이한 일몰, 저 통신 탑은 무엇을 교신하는가? > 


<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얻어왔다. >



 등산이란 것은 단순히 신체 건강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정신도 건강하게 살찌우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에는 다시 내려올 것을 뭐하러 올라가는 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지금 누군가 나에게 왜 등산이 좋으냐고 물으면 난 이렇게 대답을 할 것 같다. 아마 그냥 재밌으니까. 힘들게 오르는 그 과정 자체도 즐겁고, 능선에 올라 가벼운 산책로를 걷는 것도 즐겁고, 내리막길을 다리에 힘주어 천천히 걷는 것도 즐거우며, 그 모든 과정에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과 사시사철 다른 경치들, 그리고 흙과 그 내음. 이 모두가 즐겁고 재밌으니까. 등산이 좋다.



  1. Last Night이라고 직장 동료와의 로맨스(정확히는 불륜)를 그린 영화를 보았다. [본문으로]
  2. 일본인이라고 하지 않고, 일본놈이라 칭한 것은 오늘이 3월 1일이란 것을 상기한다면, 응당 당연한 일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zerolive
2012. 2. 12. 22:04
요즘의 나는 겉으로는 매우 바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고 있다.

 평일에는 운동을 목적으로 걸어서 회사에 가며, 집에도 걸어서 온다.
일 끝나고 나면 지하 1층에 있는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매일 약 500g 씩의 감량이 이루어진다.
아침에는 삶은 달걀 2개와 바나나 2조각을 인스턴트 커피 혹은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 먹는다.
점심에도 조절식을 먹으면 좋겠지만, 준비하기가 마땅치 않은 까닭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당에서 먹는다.
이게 상당히 고칼로리이고 또 꽤나 먹기엔 고역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내 돈 주고 사먹기엔 아깝다.
저녁에는 집에 도착하여 먹는데, 바나나 1쪽 혹은 삶은 달걀 1개를 선택하여 먹거나 둘 다 먹거나 하고
스미노프 레드를 언더락 식으로 포도 쥬스와 섞은 칵테일[각주:1]에 스페샬K를 안주삼아 먹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저녁이라 삼은 것들을 먹으면서  거침없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시청하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 시간 관계로 본 방을 보지는 못한다. 다운 받아서 그날 분량을 바로 본다.)

 주말에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요일에 야구[각주:2]를 했다.
토요일에는 주로 친구를 불러서 놀거나, 약속을 잡거나, 정 없으면 집에 올라가서 쉬었다.
여름 이후부터는 등산[각주:3]에 취미가 붙어서 토요일에 등산을 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일요일마다 보드를 탔다. 토요일엔 역시 봄~가을과 마찬가지로 지냈다.
주말 식사는 평일 운동 생각하지 않고, 술도 마시며 고기도 먹고 그렇게 했다.

 
  어떤가?

 참, 바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고 있지 않는가?
회사에서 일하고, 일 끝마치면 집에 와서 간단한 티비 프로그램 하나 보면서 식사 마치고
잠들고, 주말에는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건전하게 등산을 하거나 야구를 하거나 보드를 탄다.  

 그런데, 참 허전하다.
마음이 허전하다. 몇 개월 전부터 슬픈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평범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이 나온다. 마음이 울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책을 한 권 샀다.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평일에 회사-운동-집 반복되는 사이클 때문인가 싶어서 평일에 읽으려는 이유여서 이다. 

 
 뒤돌아보면, 혼자 산지도 벌써 횟수로 3년. 꽉 채운 2년이 2달 남았다.
그 동안도 외로움을 느꼈지만 피부로 느꼈다면, 머리로 느꼈다면.. 지금은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허전함을 지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약속을 잡고 할 일을 만들고 그도 안된다면 혼자서라도
예전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하고 있는데도, 힘들다. 


 오늘은 혼자서 조조 영화[각주:4]를 봤다.

 혼자서 영화 보기란.. 내 인생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집의 작은 모니터를 통해서 영화 보는 것쯤은 나도 쉽게 할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 혼자 앉아서 긴 대기시간을 뚫고
캄캄한 공간이 되기를 기다려 마침내 영화가 나올 때까지의 멋쩍음을 견뎌내는 일을 상상도 못했었는데, 했다.

 생각보다 별 것은 아니었고 - 긴 대기시간이 두려워 다른 층에서 숨어 있었지만 -  편하기도 했다.
의자에서 다리를 이리 올려보고, 자세를 마음껏 고쳐서 앉아도 보고, 좌로 우로 기대도 보고, 몸은 편했지만,
영화 보는 내내 어딘가 불편해서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호수 위에서 앉아 있는 백조들을 볼때 이런 시선이 있다.

 물 위로 비치는 모습은 너무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그러기 위해서 물 아래의 모습은 계속 발을 버둥거리며 있다고 하는
예전 학교 다닐 적에 선생님[각주:5]이 해주신 말씀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 사람은 너무 여유롭고, 모든 것을 다 잘알고
어렵고 힘든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저 사람도 저런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백조에 빗댄 것인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들이 본다면 어떻게 비춰 질까?
물고기들 눈에는 백조는 성실한 사람이다. 물 위에 있기 위해서 물 속에서 계속 물장구를 치고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물 밖의 백조는  외로울 지도 모른다. 울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물 속에서는 일그러져서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백조 친구들과 같이 있지 못하는 홀로 떨어진 백조는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할지도 모른다. 허전함을 채울 무언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계속 허전할 것이다. 






  1. 칵테일에 대해 작성된 글은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본문으로]
  2. 야구에 대해서 따로 글을 작성할 계획이며, 2011년 5월에 시작하였다. [본문으로]
  3. 등산에 대해서도 따로 글을 작성할 계획이며, 2011년 여름에 한라산을 다녀온 후로 취미가 붙었다. [본문으로]
  4.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보았다. 리뷰를 쓸 것인지는 미정이다. [본문으로]
  5. 대학 및 대학원 은사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은사님과 대학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 [본문으로]
Posted by zero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