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30. 08:35

 기다려진 주말이 왔다. 생활 자전거라고는 꽤 오래전부터 탄 편이었지만, 실제로 먼 거리를 자전거를 통해 주행해본 적은 군대 가기 전 친구들과 놀러 갔던 제주도에서의 트래킹이 전부였던 터라 주말에 한강을 가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꽤나 모험적이고 전혀 개연성이 없는 즉흥적이며,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강에 자전거를 가지고 - 정확히는 한강까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 가는 계획을 세운 며칠 전부터, 네이버 지도의 도움을 받아서 꽤나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처음 계획은 이러하였는데, 내가 알아본 사전 정보에 의하면 탄천과 안양천을 통해 한강으로 쉽게 갈 수 있고, 두 개의 하천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 평소에도 많은 자전거를 통해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알았고, 따라서 한강으로 갈 적에는 탄천을 이용하여 올라갔다가, 한강을 끼고 여의도를 지나 안양천 합류지점을 통해 안양천을 타고 다시 수원으로 복귀하는 원대한 생각을 구상하였다.

  처음 계획에 따른 거리 미터는 약 120km 정도로 꽤나 중거리에 속하는 코스가 되며, 자전거 전용 도로라고 불릴 수 있는 하천 주변 도로를 제외하면 차와 같이 달리거나, 좁은 인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가야하는 코스도 족히 되는 쉽지 않는 코스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한강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변경되었다.


< 이 코스를 비슷하게 왕복한 셈이다 >


  처음 계획대로 난, 집에서 나와 영통을 거쳐 기흥 구청쪽 업 힐을 타고, 용인 시내로 진입하여 면허 시험장을 거친 후 마침내 비로소 탄천 자전거 전용 도로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이 시점까지 약 15km를 달렸으나 처음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직 채 모험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엔돌핀 때문인지 몰라도 전혀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탄천은 처음 와본 곳이었는데, 처음 용인 시 경계에서는 물이 혼탁하고 냄새가 났으나 점점 분당 쪽으로 가면 갈수록 도로는 좋아지고 주변 경관이 뛰어났으며, 심지어 하천에서도 냄새가 사라지는 것이, 아 이것이 부자 동네의 힘인가 싶었다. 아마 하천의 냄새는 민감한 후각 탓에 쉽게 못 맡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여지껏 살면서 서울시를 경계로 서쪽에 치우친 생활권을 살다가, 동쪽의 생활권을 느껴보는 기분은 색달랐다.


< 탄천 자전거 전용 도로 >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도착하기 까지는 약 2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자전거 안장에 있었다. 이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는데, 몸과 마음이 생생한 시점에는 약 15km를 달리자, 엉덩이 및 남성의 성기 부분에 심한 통증이 느껴져서 쉬어야만 했으며, 돌아오는 길은 그 쉬는 주기가 더욱 짧아졌다. 안장이 구입한 자전거에 달려있는 기본 품목이라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내 몸이 아직 적응을 못해서 그런 것인지 이것도 아니라면, 내가 특히 자전거에 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통증으로 인해 돌아오는 길이 결코 쉽진 않았다.


< 성수대교에서 다시 탄천 쪽을 달리면서 찍었다. 대충 찍어서 화면 저장의 기능밖에 되질 않은 사진 >


  돌아오는 길은 약 3시간 반에서 4시간 가까이가 소요되었으며, 처음 갔던 코스와는 달리 죽전에서 상광교 IC 및 동수원 IC를 지나,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거쳐 1번 국도를 타는 코스로 변경하여 돌아왔다. 이유는 면허 시험장을 지나 흥덕 고개를 지나갈 때 도저히 그 업 힐을 가지 못할 것만 같은 생각에 코스 변경을 하였지만, 월드컵 경기장 지나기 전이나, 상광교 IC 진입 전의 업 힐도 만만치 않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무사히 트래킹을 마치고 도착하였으니 처음 시도한 것 치고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고 알았던 것이지만 수원에서도 꽤나 한강을 자전거를 이용해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다음에 다시 한강 트래킹을 가게 된다면 이번 트래킹 결과를 교훈 삼아 조금 더 안전하고 계획적인 휴식을 통해서 돌아올 때 지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약 100km나 자전거를 탔는데도 불구하고 허벅지가 심하게 땡기진 않았다. 페달질을 꽤나 열심히 했는데도, 생각보다 땡기지가 않는 것을 보면 내 허벅지가 단련이 되어 있는 것인지 내 기준이 낮은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 덕분에 다음 날 야구하러 가서도 잘 할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Posted by zero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