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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3 칵테일에 대하여
2012. 2. 13. 12:38
 어제 일기 중 칵테일을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요즘에 저녁으로 칵테일을 제조하여 마시며, 스페샬K를 안주 삼아 그것을 저녁으로 대신한다라고 쓴 부분이었다.

 우리 집안은 예전부터 술을 참 좋아했다.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시골에서 막걸리를 밥 보다 더 좋아하셨고, 그 자식들인 아버지나
아버지 형제들의 경우에도 막걸리, 소주, 맥주 가리지 않았다. 그 영향 덕인지 나도 참 술을 좋아한다.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술을 싫어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부리는 주사, 싸움, 큰 목소리로 행하는 모든 것들을 싫어한다.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 가족들이나 친척들도 술을 마시고 참 많이도 싸우고,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이런 이유로 나는 집안에서는 술을 잘 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직장 때문에 수원에 홀로 떨어져 살게된 이후부터는, 가끔 술을 혼자 마시는 것을 즐겨했다. 처음에는 귀찮은 자취생들이 그러하듯, 치킨이나 기타 안주 거리를 식사 대용으로 시키고 그에 곁들인 맥주를 마셨다. 맥주는 캔으로 2캔 정도, CC로는 1,000 CC정도면 취기가 올라 알딸딸한 상태가 되는데 배도 부르기 때문에 딱 그 정도만 마셨다. 그러다가, 집에서 아버지가 홀로 소주를 드시는 것을 기억해 내곤 소주를 마셔보았는데, 혼자 마시는 술은 왜 그리도 쓰던지, 친구들과 즐겁게 마시던 그 술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줄곧 맥주만 마시다가,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게된 무렵 생각해낸 것이 보드카였다.


 2000년 초반 갓 20 대였을 무렵의 나는 자유 분방했다. 주로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각주:1]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학로, 홍대 부근에서 클럽 공연을 보고, 술을 마시고 놀았다. 머리 색은 형형 빛으로 물들었으며, 다리에는 체인이 감겨 있었고, 신발은 태평양의 이지스함만큼이나 컸다. 그 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주로 홍대에서 놀았는데, 이 무렵 친구들과 홍대 부근에서 Bar다나 로베르트네 집이라는 바에 자주 갔다. 자주 가던 바에서 Bacardi 151를 처음 마셔보기도 했고, Jack Coke이라는 대중적인 칵테일을 처음 마셔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잔에 5~6000원하는 소주에 비해 무척이나 비싼 술이었는데, 아마 술 한잔 시켜놓고 1~2시간을 이야기로 지내는 통에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 마시면 후끈 달아오르는 Bacardi 151 >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바에서 종류는 몇 안되지만, 칵테일이나 보드카 등을 많이 마셔왔던 통에 맥주를 대체할 다른 술을 찾다가 생각난 것이 보드카 칵테일이었다. 처음 칵테일을 제조하여 마시기로 한 다음에는 왠지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여유 있는 남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1초 밖에 지속되질 않았다. 내 방은 그리 로맨틱하질 않았던 것이다. 

 처음 시작은 Absolut vodka로 시작하였다. 지금도 정확히 이름은 모르지만 집 근처에 있는 Lotte mart에 퇴근 길에 들러서 한 병 샀다. 바에서 한 병을 마시면 과자 안주 포함하여 약 5~6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마트에서는 3만원 대에 구입이 가능했다. 포도 쥬스를 좋아하는 까닭에, 보드카와 어울리는 지 어떤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포도 쥬스 한 통을 같이 구입해 집에 구비된 머그 잔에 약 2:8의 비율로 섞어 그 맛을 음미했었다. 처음 제조한 칵테일 치고는 너무나 그 맛이 훌륭했다. 바에서 마시던 그 맛보다 훨씬 더! 아마 처음 실패를 했더라면 계속되는 칵테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 마신 이후에도 역시 같은 종류의 다른 향[각주:2]을 사서, 오렌지 쥬스, 포도 쥬스 등을 섞어서 마셨다. Absolut로 약 4개월 넘게 보낸 후 다시 구입을 위해 간 마트에서 Smirnoff를 사게 되었다. 원래는 다시 Absolut를 사려 했으나, 마트 직원의 권유와 칵테일쉐이커 통을 같이 주는 행사가 구미를 당겨 구입하게 되었다. Absolut와의 다른 맛이랄까, 차이점은 글쎄, 솔직히 모르겠다. 새로 구입한 보드카는 전 세계 판매 1위라는데, 어쩐지 얼마 전에 태엽이가 맛있다고 했던 것 같은 기억도 나고, 처음 샀던 종류는 블랙이었고, 이번에 구입한 것은 레드였다.

< 첫 구입한 Absolut Vodka >
 

< 두 번째로 구입한 Smirnoff >

 최근에는 포도주 와인을 음미하는 소믈리에들의 방식을 곁들여, 입 전체를 칵테일로 적시고 외부 공기를 흡입하여 향을 음미하는 식으로 마시고 있다. 앞에서 보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나, 확실히 칵테일이 가진 전체의 향과 맛을 느끼기에는 좋은 방식인 것 같다. 칵테일 1잔으로 약간의 취기와 기분 좋음,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를 짓고 있으나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는 점은 이러다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주 조금, 마음 한 켠이 그런 점에 있어서 개운치 못한 점은 있지만, 퇴근 후 집에 와서 하이킥을 보면서 마시는 칵테일 1잔의 맛은 아직은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다.

 칵테일이 진부해지면 와인 쪽으로 해보고는 싶은데, 와인은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서 섣불리 나서기엔 아직은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 여유가 된다면 보드카 여러 종류를 한번에 구비해서 그날 기분에 따라, 달리 제조하여 마시고 싶을 뿐이다. 칵테일 쉐이커를 서서 본격적으로 제조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1. 지금은 사라진, PC통신의 소규모 모임이었으며, 공식 팬클럽은 아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2집 무렵 안전상의 이유로 공식 팬클럽을 해체했다. [본문으로]
  2. Absolut Vodka는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본 보드카에 서로 다른 과일 향을 섞은 종류로 나뉜다. 각 향마다 어울리는 칵테일 음료들이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zero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