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의 주말의 컨셉은 꼬질꼬질로 정해진 듯 보인다.
일전의 나라면 아무 의미 없이 소비되는 시간이 아까워 집에서 시간을 보내더라도 씻기라도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는다던지 아니면 아로마 향을 피운다던지 등의 행위를 통한 본격 집에서
쉬기 모드에 진입했을텐데, 이번 겨울에는 그마저도 없다.
느즈막히 술이 깰 즈음에 눈이 떠지게 되면 그 상태 그대로 몇 십분을 뒤척이다가, 핸드폰을 켜고 나서
다시 한 번 뒤척이다가, 물 한 모금 입에 담아 마시고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본 뒤, 다시 또 침대에 몸을
던지고 온 몸으로 게으름을 한 껏 표현한 뒤에 고작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만 겨우 잡고 휠만 끄적이다가
배가 고파지면 최대한 뭐라도 대충 먹고, 다시 침대로 향하는 그런 꼬질꼬질함.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생각은 깊은 동굴 속의 외침마냥 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안에서 왱왱거리니,
의식하고 있으나 행하지 못하는 부조화에 의한 스트레스까지 더한 이번 겨울.. 아니 깊은 늪에 빠지 버린
요즘은 정말 많이 망가졌음을 느낀다.
일단,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에 사던 술을 끊어야겠다.
그것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