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12.05.25 [펌] 김성근 감독님 한양대 강의 전문
  2. 2012.05.23 행복
  3. 2012.02.21 속도에 대한 짧은 생각
  4. 2012.02.14 지리산 산행
  5. 2012.02.13 칵테일에 대하여
2012. 5. 25. 16:08


강연 내용은 항상 비슷한 식이니

시간없으시면 생략하고 끝 부분 질답만 봐도 괜찮을 듯 해요



(오프닝) 축제라고 해서 나도 축제분위기로 왔는데 생각보다는 학교가 조용.

몇 년 만에 왔는데 많이 변했고, 야구장이 없어져서 섭섭.

오늘 강의 내용이 인생을 배운다는 건데,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음.


사람의 생각 자체가 인생을 좌우한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의지, 집념이 인생을 바꾼다.

고양원더스는 나쁘게 말하면 버림받은 아이들, 패자부활전.

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은 프로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 한 이야기가 과거를 잊어버려라.

오늘 이 시간 이후의 인생에 전력투구 하라.

과거에 실패한 생각, 방법, 집착심 버려라.

한계는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

안 된다는 생각 가져서는 안 된다.

한 번 생각한 건 반드시 손에 넣어야, 잡아야 한다.

자기가 하는 일에 불평, 불만 가지고 늘 도전해라.

욕을 먹는 건 높은 데 있기 때문이다. 낮은 데 있으면 욕먹지 않는다.

SK에 있을 때, 완벽하고 완전한 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2007년에는 ‘꿈을 현실로’를 위해 30cm 야구 강조.


박재홍 글러브에서 몇 번 공 더듬고, 어깨 약해서 외야수로 쓰지 않았던 것.

더듬는 그 짧은 순간에 주자는 두세 발 더 뛸 수 있고, 그 차이가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비 실수하거나 약하면 쉽게 실점하게 되고, 야구의 흐름이 바뀐다.

야구에서 제일 다이내믹한 것이 바로 수비.

김강민, 박재상, 조동화 지금은 대표적인 좋은 외야수.

처음 만났을 때는 3.1절, 8.15 출신들처럼 자주 만세 불렀다.

하나라고 하는 것을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지만, 이 하나씩 쌓아올리는 것이 중요.


한계 투구수가 80개라고 하면, 80개로 9이닝 던질 수 있는 투구 생각해야 한다.

맞춰 잡는다든지, 방법 고민해야 한다.

80개만 던지겠다,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일 뿐.


2008년에는 지지 않는 팀 만들려고 노력.

완전한 팀 있을 수 없지만, 완전함을 추구. 그런 발상이 중요하다고 생각.

만족하면 안 되고, 만족하면 파멸한다.


요즘 프로야구 보면 너무 쉽게 점수를 내줘서 동대문, 남대문 시장에서 야구하는 것 같은 느낌.

8대0, 7대0에서 경기 끝내야 한다.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속에서 승부 끝내야 하는 것.

승부의 무서움 모르는 듯. 모든 것이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힘 안 쓰고, 손해 안 보고 이겨야 진짜 이기는 것. 손자병법에도 나오는 말이다.

철저함이 프로야구에 부족한 느낌.

1점, 2점 쉽게 주고 후반에 그 점수가 아쉬워지고, 결국 뒤집지 못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줄 점수 다 주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듯 보인다.


하나의 미스, 복습하고 연습해서 깨닫게 하면 되는 것.

미스는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

상대팀에게 껄끄럽고 지겨워야 진짜 프로.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부터가 이미 이기고 들어가는 것.

팀을 그런 위치에 갖다놓아야 한다. 세상 사람에 맞출 필요 없다.


류현진, 박찬호, 윤석민 등 에이스라면 승률 7,8할 이상 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에이스가 없다.

에이스가 승률 5할도 안 되는 건 프로야구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신문 1면에 이 아이들 이야기가 실리는데 고양원더스가 이긴 소식 써주길.

어차피 안 되는 팀 아냐? 라는 이야기 많이 듣고 있지만, '어차피' 라는 말 싫다.

LG 2군과의 경기 앞두고 잠 못 자고 고민.

고민 끝에 내가 나서야겠다, 반드시 해결책 찾아야겠다고 생각.

내가 가르치는 방법 나빴지 않았나 싶다.

평소에 말 잘 안하니까 선수들이 자꾸 말 시키고 질문.

고양원더스 아이들은 한 번 말해줘도 잘 모르고 느끼지 못함.

프로는 한 번 말하면 알아듣지만, 고양원더스 아이들은 느낌이 없어서 알아채지 못함.

감정, 감성 느끼도록 가르치지 않아서 내 방법이 나빴지 않나 반성.


결심하면 실천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루하면 하루 아쉬워해야 하고, 한 달 하면 한 달 아쉬워해야 한다.

지나고 보면 그렇게 남는 게 있다.


예전에 일본에서 신칸센 타고 가는데 기차에서 짐 잃어버린 채로 내린 적 있음.

아무 것도 없는데 나고야성 불빛을 이정표 삼아 걸어감.

걸어가는 도중에 불빛이 꺼져서 어두워짐.

그때라도 택시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그 동안 걸어온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걸어서 3시간 반 만에 목적지에 도착.


안 될 때는 안 되는 것 아님. 안 된다고 고민할 것 없이 그 순간에만 집중하면 됨.

제춘모 두산과의 경기 후 마운드 위에서 감독님 생각만 했다고 문자.

수술 후 구속 떨어졌지만 투수로서 살리기 위해서 제구력, 변화구 위주로 노력.

안 된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고민, 방법 찾아야 한다.

하기 전에 결과부터 고민하면 실패.

스퀴즈 사인 내는 것이 늘 제일 어렵고 고민되는 작전.

XX만지는 게 스퀴즈 사인인데, 이 안에 첩자는 없겠지?


부딪히는 사람은 해보면 문제점 생기고, 그 문제를 고쳐서 다시 해볼 수 있다.

직감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야구.

데이터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과거라는 것. 데이터 속에 없는 것 많음.

그 순간의 사람의 컨디션, 심리 상태, 게임 상황, 몇 이닝인지 같은 것 결여되어 있는 것.

사람들이 나보고 데이터야구라고 하는데,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감으로 움직이는 것이 야구.

직감은 경험이고 지식. 순간의 움직임, 판단.

인생살이에서 중요한 것은 느낌이 있을 때 바로 움직이는 것, 이것은 용기가 필요.

누구나 결과를 생각하는데, 결과는 나중에 따라오는 것.


2006년 박정권, 제대한 뒤에 봤을 때 변화구를 전혀 치지 못했음. 그래서 변화구 대처 연습.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 선수 중의 한 명이 됐음.

최정 역시 마찬가지.

단 하나 최정은 집념이 어마어마하게 강한 아이. 인생살이 알 수 있음.

걔만큼 자기 일에 집착하는 아이 없다.

미스하고 못하면 밤새 안자지 않나 싶을 정도로 억울해하는 스타일.

매 캠프마다 천 개씩, 몇 백 개씩 연습해도 못하겠다거나 싫다고 말한 적 없음.

그만큼 열심히 해서 이 정도로 올라왔음.

집념이 너무 강해가지고 훈련할 때 잘 안 되면 소리 지름.

하루는 너무 시끄러워서 집에 보낸 적도 있음.

야구 선수 중에 최정만큼 하는 선수 없었지 않나 싶음.


하고자하는 의욕이 있으며 누구나 할 수 있다.

암 걸렸을 때 입원해서 걸어 다니며 생각한 것은 반드시 야구장으로 돌아가겠다 하는 결심.

암이라고 하는 거 세상 사람들은 몰랐는데, 코치들 등 돌려, 이 사람 끝났구나 싶어서.

그게 인생, 그건 슬퍼할 것도 없고, 그게 인생. 원망해봤자 소용없는 것.

반드시 살아나가겠다, 절대 야구장에 다시 서겠다, 다짐했고, 결국 서서 올해로 17년 째.


승부는 강하니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길 때까지 그치지 않는 것.

모든 일은 될 때까지 하는 것. 인생에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 없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 안에서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함.

모든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지, 남이 해결해주는 것 없다.

남한테 동정 받고 사는 인생이 제일 불행한 것.

2009년 준우승하고 그룹 관계자는 우승과 똑같다고 했지만,

위로의 말이어도 모독적인 말. 승부에 똑같다는 건 없다.


형식에 얽매여 있으면 안 된다. 승부는 이겨야 하는 것.

바깥에 있는 사람들 팀 살림살이 전혀 모른다.

자신의 팀 전력, 상태보고 운영해야 하는 것.

고정관념 속에 움직이면 안 된다.

선발 1회 던지는 것 보고 불펜 준비시킬 때도 있었다.

선입감, 고정관념, 상식 따르는 건 흉내 내는 것.

인간은 자기 스스로가 개척자. 길이 없는 데 걸어가야 하는 것.

있는 길 가는 건 편하지만 출세,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한 사람들 보면,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음.

하나라도 자기 특색이 있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팔방미인 되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건 세상에 얼마든지 많다.

여차할 때 그 사람을 쓰는 것. 여차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하나라도 자기 특색 갖고 살아야 하는 것. 하나라도 세상에서 불러줄 데가 있다.


세상 사람들 김성근이 많이 비난. 날 인정해주는 사람 없지 않나 생각.

그런데 사람들이 나보고 12번 잘렸다고 하는데 13번째 일이 있다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김성근이 더럽고, 고집 세고, 타협하지 않고, 말 안 듣지만, 써먹을 데가 있다는 의미.

그게 가치가 있는 것. 자기 가치는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

자기 길이라고 하는 것은 외롭고 고독하지만, 하나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게 중요.

코치,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밥 안 먹고, 전체 회식할 때나 같이 식사.

정에 이끌리면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되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 그 시간에 공부할 수 있다.


고양원더스 아이들 시합 중에 이해 안 되는 것들 많이 한다.

어제도 상무랑 경기 하는 데 8개나 그런 행동.

자기들이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지만 이해는 안 된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때까지.

부정적으로 시작하면 최악의 상황에 부딪혀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좋을 때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정상이란 것은 반드시 내려가게 되어 있는 것.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문제.

SK 2군 연습이나 게임 보러 많이 다녔음. 윤희상, 박희수, 엄정욱 등.

임정우는 1년 내내 가르치며 만들어 가던 중이었음.

이 아이가 착하더라고. SK랑 할 때 이기기도 하고.


프로는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움직이고 준비. 보이면 프로 아닌 것.

오전 10시부터 나가서 2군 아이들부터 가르침.

보통 핀치가 찬스라고 하는데, 찬스가 핀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평상시에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역산법, 거꾸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스타일.

개막이 베스트가 되도록 마무리 캠프하는 11월부터 개막이 4월이라고 하면,

11월부터 거꾸로 4월 개막에 맞춰 휴식, 연습 일정 미리 생각.

개막 앞두고 우왕좌왕, 부족한 것 발견하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승패는 이미 끝난 것.


재일교포 출신으로 야구도, 사회생활도 인정받기 힘든 상황이었음.

말도 안통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영주귀국.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똑같은 방식, 생각으로는 안 되겠다고 결심.

부족한 것 찾고, 방법 생각하면서 매일 달리고, 운동하고, 훈련.

그 정도의 절실함 지금 선수들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노력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결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프로.

리더는 그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목표를 달성하면 선수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감독하는 동안 위에 있는 사람들한테 욕 많이 먹었지만,

선수들한테는 10명이면 8~9명한테는 욕먹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내가 있을 때,

감독을 위해서 야구했다,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되게 기분 좋았다.

감독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그건 최고의 찬사이다.

감독을 위해서 나를 다 바쳤다, 그 순간순간, 굉장히 뿌듯한 말.

내가 나쁜 짓 안했구나, 야구 잘못하진 않았구나 싶어서 뿌듯.


나 있을 때는 감독 눈치 보는 선수는 없었다.

경기장에 등장하면 긴장감이 돌긴 했음. 누가 언제 어떻게 혼날지 몰라서.

그래도 미스한다고 눈치 살피거나 하지는 않음.


젊은 사람들 인내가 부족. 인내는 참는 것 아님.

인내는 준비하는 것.

기회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점프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다 힘껏 도약하듯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준비.

과거 속에서 비관해봤자 소용 없다.

과거를 반성하는 것은 앞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부상으로 선수생명 끝. 한 두달 전까지 대한민국 에이스였는데 부상으로 은퇴.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냐 고민 끝에 트레이닝 코치, 써드 코치, 피칭코치, 감독으로.

생각이 인생을 좌우.

과거, 죽은 지식, 죽은 지혜에 매달려서는 안 됨.

순간순간의 움직임. 직감 잘 살려야.


사람은 누구나 잠재능력이라는 것 충분.

예전에 처갓집 가서 잘한 유일한 일이 한 가지 있는데, 옆집에 불이 났는데,

살펴보니까 제일 비싼 게 그랜드 피아노 같아서 혼자서 그 피아노를 옮겼음.

나중에 불 꺼지고 옮기려고 하니까 옮길 수가 없었음.

위기의 순간에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했던 것.

온 힘을 하나에 집중하면 잠재능력 발휘할 수 있음.

벼랑 끝에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사는 방법을 알고, 경험하고 느껴서 시행착오가 플러스가 되게 함.

프랑스 속담에 쓰러지면 쓰러진 건 구두 탓, 내리막길 탓, 등등등 이유없는 게 없다는 게 있음.

쓰러지면 쓰러진 건 인정하고, 일어서서 다음에 안 쓰러지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

쓰러지는 데 수많은 이유, 탓하고 책임전가해도 소용없다.


어차피 안 된다고 하는 건 포기하거나 후퇴하는 것.

혹시는 조금 기대감을 갖는 것.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승자.

어차피라는 것은 본인 생각일 뿐.

연마하고 신념 쫓아가면 길이 열리게 되어 있음.

언젠가, 끝끝내 하는 것,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성공.

꾀 부리는 토끼보다 묵묵히 참고 견디며 앞으로 나아간 거북이가 성공.

벌써, 아직이라는 말 있음.

벌써 시간이 다 돼서 5분밖에 안 남았네, 아직 5분 남았네 하는 생각의 차이.

아직 속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중요.

나는 감동이 많은 사람인데, 약자가 강자 이길 때 감동 받음.

세상 사람들 비난 두고보자.

24시간 그 안에서 살며 길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길은 나타남.

24시간 매달려 모든 것을 야구 속에 연결시키니까 힌트를 발견하게 됨.

매일매일 그 날의 반성하는 습관.

시작은 생각, 생각부터 바꾸는 것.


버리는 것에서 시작.

과거를 버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함.

과감하게 물 다 버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야.

반을 버리거나, 2/3를 버리거나, 전부를 버리거나, 버린 만큼 채울 수 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결정하는 것.

용기를 가지고 판단, 결단해야.

야구모자에 사인이랑 판단, 결단이라고 써놓고, 다시 살펴봄.

물론 그렇게 본다고 해도 판단, 결단이 잘 안 될 때가 있음.

먼 이야기지만, 인생을 마칠 즈음에 try의 연속이었다고 정리하게 된다면 좋을 듯.

후회없는 인생, 순간순간 try해서 잡아야 한다.

개울가의 물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 같지만, 똑같은 물은 없고, 이전의 것은 이미 흘러가 버린 뒤.

그 순간에 집중해서 잡아낼 수 있어야.

순간에 자기 인생, 생명 걸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해야 성공하는 것.

아프다, 컨디션 나쁘다 하는 것도 자기 미스.

정직, 솔직, 순하게, 재주부리지 말고 살기를.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람.


-질의응답시간-


Q. 최형우 선수 부진과 박병호 선수 활약에 대해?

A. 최형우 선수 타격폼의 변화. 스윙의 짧아져 볼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변화구도 맞추기 힘들어졌다.

박병호 선수도 타격폼이 볼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도록 바뀌었고,

볼이 맞는 타이밍이 좋아져서, 맞으면 멀리 가게 됐음.


Q. 고양원더스 선수들 중에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A. 이상한 이야기지만, 선수들 이름 잘 모르고, 번호로 기억함.

64번 선수가 많이 좋아졌음.

한 선수는 어느 구단의 어드바이스 받고 군입대 결정.

원더스 선수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


Q. 프로야구 어느 팀을 맡아보고 싶으신지, 한화는 어떠신지?

A. 한화 다크호스일 거라고 예상. 4번 타자와 에이스가 팀의 기둥인데, 김태균, 박찬호가 돌아와서 지주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

현재 -10이라면, 2달 정도면 0으로 돌아갈 수 있음.

2승 1패, 2승 1패 하는 식으로 하다보면 2달 걸림.

학생이 오너되서 불러주면, 그때 가겠음.


Q. 김정준 해설위원의 방송 들어본 적 있으신지, 어떤 말씀 해주셨는지?

A. 몇 번 들어본 적 있고, 말해준 것은,

결과 얘기하지 말라, 아쉽다, 안타깝다, 등등 이런 이야기 할 필요없다.

마이크를 두려워해라, 일상적인 용어가 나올 때가 있는데, 조심해라.

딱딱한 것 같다는 지적을 받는 모양인데, 그대로 밀고 나가라.

본인 스타일대로 하다가 잘 안 되면 그만두면 되는 거지, 남의 말 따라갈 필요 없다.

그래도 이후에 다른 해설자들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함. 데이터를 중요하게 챙겨본다던지,

그런 의미에서 어떤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



+논란이 되고 있는 한화 관련 질문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써보면,


Q. 김성근 감독님 SK시절부터 정말 좋아했구요, 이렇게 만나뵙게 되서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드릴 질문은 지금 물론 고양원더스의 감독으로 계시지만,

김성근 감독님이 조만간 KBO, 프로야구로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팀을 택하신다면 어느 팀을 택하고 싶으신지, (학생들 몇몇: 한화요, 한화)

개인적으로 저는 대전 출신이라 한화로 가셨으면 좋겠는데요.

올해 프로야구 보시면 아시겠지만, 1위부터 7위까지 한 3게임차밖에 안나는데,

한화가 지금 독보적인 꼴찌를 하고 있는데, 혹시 맡으실 의향이 있으신지,

만약 팀을 고르신다면 어떤 기준으로 고르실 건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올해 내가 다크호스일 거라고 봤던 건 한화였다고.

신문인가 어느 매체하고 인터뷰 한 적이 있는데, 객관적으로는 그렇게 봤었어요.

팀이라고 하는 건 4번 타자하고, 에이스가 기둥이에요, SK는 없었지만은.

4번 타자하고 에이스, 박찬호, 김태균, 돌아오는 지주가 생겼다고 봤는데, 박찬호가 지주가 안되었나봐요.

지금 30게임 아직 안 넘겼죠? (학생들: 넘었어요) 선두하고 몇 게임 차? -7?-8? (학생:-10입니다)

음....(한숨을 깊게 내쉼, 몇몇 학생들 웃음..) 133게임에서 3분의 1 넘어가지 않았으면 아직 가능성 있다고 봐요. 0으로 만드는 데 2달 걸려요. 2승 1패, 2승 1패, 이런 식으로 해서 맞추는데 2달.


(웃으시며) 학생이 오너되서 불러주면, 그때 갈게요.

기회되면 KTX든지, 비행기든지 탈게요.






꼭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삶에 도움이 되는 말들 많이 해주셨네요.






Posted by zerolive
2012. 5. 23. 10:21

행복을 느낄 때는? 



 - 조금의 잠 기운도 없는 개운한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는데, 새소리까지 청아하고, 창 밖으로 시원하게 내리쬐는 상쾌한 공기를 마실 때


 - 날씨 좋은 날, 여유롭게 거리를 걸으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구경하고, 귓 속에서는 좋은 음악이 흘러 나올 때


 - 추운 겨울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일러를 틀고 따뜻해진 방구들과 이불 속에 몸을 숨긴 채 한 잔 할 때


 - 시원하게 에어컨을 켠 사무실에서 일이 없어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인터넷을 할 때


- 화창한 날, 등산을 하면서 푸르른 숲과 흙 길을 걸어갈 때


-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경치 좋은 도로를 여유롭게 떡하니 차지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질주할 때

Posted by zerolive
2012. 2. 21. 17:03

빠른 속도의 생활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신 없이 바쁘게 지내는 사람은 빠른 속도로 생활을 하는 것인데
목표가 없다면 그저 주위를 맴돌 뿐인 것이다.

반대로, 느린 속도에서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도 된다.
역설적으로 목표가 없어야 느리게 갈 수 있다.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른 채 속도를 붙이게 된다.
목표를 버리고, 주위의 것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


 
Posted by zerolive
2012. 2. 14. 12:03
 2012. 2. 4 ~ 5 양일 간에 걸쳐 지리산을 다녀왔다. 

 지리산에 가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의 동기는 지난해 여름 한라산 등반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아마 눈 덮인 겨울 깊은 산세를 자랑하는 지리산이 무작정 마음 속에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의 즉흥적으로 지나가는 말로 내뱉은 '겨울에는 그럼 지리산 한번 가자' 라는 말이 씨가 되어, 등산에 대한 호감 그리고 운동에 대한 관심을 자양분으로 아마 드디어 겨울에 지리산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애초의 나는 등산에 대한 일말의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개그맨 이경규나 영화배우 최민식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도 산은 그저 바라만 보고, 가벼운 산책로를 걸으며 산이 주는 싱싱한 기운과 싱그러운 내음들을 맡으면 됐지라고 여겼을 뿐이었다. 온 몸이 찝찝해질 정도로 땀을 흘려가며 오를 이유도 없었거니와, 몸이 무거웠던 탓에 조금만 올라도 숨이 가빠오르는 것도 산을 직접 오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충분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조금씩 변한다고 했던가. 나에게도 모든 것에 있어서 조금씩의 변화가 찾아왔는데, 예를 들어 음악 취향에 있어 포크나 트로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지난 시절에서, 현재는 포크나 트로트의 깊은 맛을 느낀다던지 아니면 달달한 카라멜 마키아또를 즐겨마시던 모습에서 시럽도 넣지 않은 진한 아메리카노만을 고집한다던지의 변화가 생겼다. 이런 변화의 모습은 운동이나 땀흘려 하는 것을 기피하던 것에서도 나타났는데, 바로 등산도 그 중 하나였다.

 왜, 갑자기 등산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내가 산을 탄 일이라곤 군 시절 파주 월롱산을 오르던 것이 주로 였고 대학원 다닐 적에 교수님과 엠티를 가서 올랐던 낮은 산 아니면 예전 연애했을 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랐어도 갔었던 유명산 뿐이었다. 이런 산들은 산을 좋아해서 갔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반 강제의 힘으로 갔었던 것인데, 변화의 바람은 전혀 다른 곳에서 불어왔다.

 작년부터 시작한 야구를 통해 땀 흘리고 운동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헬스를 하면서 내 몸을 소중히 생각하게 됨에 따라 다른 운동을 할 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다 생각하게 된 것이 등산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조금 엉뚱하고 슬픈 일이지만, 주말에 할 일이 없어서 고심 끝에 산이나 가서 몸이라도 건강해지자 했던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근교의 광교산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높은 산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그 걸음 따라 지리산까지 갔던 것이 아니었나 한다.

< 한라산에 올라서서, 운해를 뒤로 하고 >

 지리산은 대학교 동기 친구들 셋과 함께 총 넷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이 친구들은 학부 때 만나서 졸업 작품도 같은 팀으로 하고 10년이 넘게 만나고 있는 좋은 친구들인데, 그 중에 하나가 이번에 결혼하게 되어 마지막 싱글 여행 같은 기념도 되었다. 금요일에 친구 한 녀석과 만나서 마트에서 이것 저것 장을 보고, 다른 두 녀석도 밤 늦게 모두 우리 집에 모여서 같이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지리산까지는 수원에서 약 3시간 반에서 4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고, 전라도 초입부터는 해가 쨍쨍한게 아마 산행을 위한 길한 조짐이 아니었나 싶었다. 사실, 겨울 산행을 준비하면서 다들 두꺼운 내피와 기능성 옷들 그리고 아이젠과 스틱까지 단단히 준비를 했는데 지리산 근처에 도착하니 눈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고 막상 차에서 내리니 입춘이라 그러한지 봄 기운이 완연한 따뜻한 날이었기에 더러 실망하기도 했다.

 우리는 중산리에서 시작해서 칼바위를 지나, 사람들이 주로 오르는 법계사 코스가 아닌 바로 장터목 대피소 코스로, 등산로에서 보면 좌측 코스를 올랐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코스는 워낙 험하고 법계사 코스에 비해 길기까지 하여 주로 하산에 이용하고 입산으로는 많이 사용을 하지 않는 코스였다. 생각해보면 산을 오르면서 같이 오르는 일행은 전혀 보질 못했고, 꾸준히 내려오는 등산객들만 봤던 것 같다.

 나는 내심 근교 광교산도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자주 찾았고, 헬스나 야구로 운동도 꾸준히 했고,  한라산도 올라가봤기 때문에 지리산 산행에는 자신이 있었다. 더군다나, 지리산은 한라산보다 40m나 낮은 산 아닌가! 하지만, 산행을 시작한지 30분만에 벌써 지쳐갔다. 여름에 한라산을 오를 적에는 짐이라곤 땀을 닦을 수건 한장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개인당 물 2L와 갖은 취식물들 그리고 옷가지들로 배낭이 꽉 차서 족히 5kg은 되는 짐을 가지고 오르고 있었던 것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다.

 지리산 길들은 꽤 험한데 한라산을 부드럽고 다정한 여자에 비유하자면 지리산은 마치 우락 부락한 근육을 키운 남자와 같았다. 길이 나 있는 것이 아니라 돌 무더기가 그 크기도 제각각인 것들을 올랐고, 줄다리기에 사용하는 큰 줄을 사용해서 오르기도 했다. 약 1시간 정도 산행을 했을까. 우리는 금새 힘이 들어서 쉬어 가기로 했는데 마침 옆에 계곡이 있었다. 힘이 들어서 밑에만 보고 갔던 이유도 있지만, 바위들이 워낙 크기가 제각각이라 밑을 보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주변을 느끼면서 산행할 여유가 없었기에 쉬기로 한 까닭에 만난 계곡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 얼어 붙은 계곡이 끝내줘요 >

 계곡에서 휴식한 이후 부터는 약간씩 바위가 줄어들었는데, 이내 조금 지나지 않아 눈 덮인 길이 우리를 맞이했다. 지리산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애써 구입한 아이젠이 필요 없다며 툴툴 댔었는데 짐이 무겁다고 아이젠을 차에 놓고 올랐으면 정말이지 큰일날 뻔 했다. 산 중턱 이후부터는 모두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랐다. 중턱 이전까지 제일 기운이 팔팔하던 영후도 나와 비슷하게 힘들어하던 의순이도 묵묵히 잘 오르던 수상이도, 우리 모두 산 중턱 이후부터는 급속도로 지쳐서 기어이는 10분 간격으로 휴식을 취할 정도가 되었다.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눈이 덮인 산을 오르는 일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겨우내 한 번도 녹지 않았던 눈들이 50cm가 넘도록 쌓여 있었고 등산로에도 20cm가 넘게 눈이 다져진 채로 였다. 그 상태에 경사는 약 60도 이상을 유지한 채 계속 꾸준히 올라야 했으니, 힘이 들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마침 남은 거리에 따라 시간 계산을 해보니 서두르지 않아도 여유있게 갈 수 있을거라 생각이 되어, 천천히 올라가기로 했다.

< 힘들어도 웃으며 >

 쉬면서 천천히 오르니 드디어 우리가 묵을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1박 2일과 같은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부터 산장에서 자는 것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순간이었다.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해서 본 하늘은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다. 시간이 마침 해가 지고 있을 시점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렇게 힘든 길을 오르고 올라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기 때문인지, 아름다운 광경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 장터목 대피소의 일몰 >
 
 대피소에 막상 도착하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로맨틱할 줄 알았던 숙소는 군 내무실보다 비좁았으며, 티비 1박 2일에서 보여줬던 넉넉하고 여유있는 취사장은 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 10분 동안 라면과 많은 군것질을 해치우던 비좁은 매점과도 다를 바 없었다. 생각과 다른 현실의 괴리도 잠시 배고픔과 피곤함이 우리를 재촉하여 시끌벅적하고 좁은 매점과도 같은 취사장의 한 켠을 차지하고 준비한 음식을 조리했다.

 우리의 저녁 메뉴는 라면과 햇반 그리고 삼겹살 김치 두루치기[각주:1]였다. 라면과 햇반은 내가 준비하였고, 삼겹살 김치 두루치기는 의순과 수상이 요리하였다. 큰 코펠 냄비 4/7 정도의 물을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준비한 라면과 스프를 넣고, 라면이 풀어질 때 쯤에 햇반을 넣었다. 그리고 다시 조금 끓어오를 때에 준비한 참치 캔을 넣고 계속 지글지글 끓이면 산장식 특제 라면밥이 완성이 됐다. 

< 보기엔 이래도 맛이 끝내줘요! >


 우리는 모두 배가 엄청 고팠기 때문에 라면밥이 완성되자 마자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코펠 냄비가 생각보다 작은 까닭에 라면을 두번에 나눠서 끓였는데 첫 번째 것은 조금의 시간이라도 아깝다는 듯이 아무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모든 집중을 다해 재빠르게 먹었고, 두 번째 라면밥이 완성된 이후부터는 슬슬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겹살 김치 두루치기도 두 번째 라면밥과 비슷하게 제조하여 준비된 팩 소주와 함께 고된 첫 날 산행의 여독을 풀었다.

 저녁과 간단한 음주를 마무리하고, 눈으로 뒷 정리를 하고 숙소에 돌아와서 침상에 누워 눈을 붙였다. 딱히 산장에서는 할 일도 많지 않거니와, 다음 날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또 배가 부르고 몸이 몹시 피곤한 탓에 이른 시간인 8시가 되기도 전부터 잠을 청하였다. 우리는 산장에서 자는 것이 처음이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귀마개였다. 누가 시끄러운 사람의 대명사로 아줌마라 하였는가? 누가 아이들이 제일 시끄럽다 말하는가? 적어도 아이들은 말 귀를 알아듣지만, 다 큰 아저씨들은 술도 마셨겠다, 아주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통에 영 잠을 이루질 못하였다.

< 아 괴롭다 >

 양을 세었던가. 숫자를 세었던가.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 채 시끄러운 괴로움에 몸서리치다 겨우 잠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잠깐 눈을 붙였던 것 같은데 눈을 뜨니 새벽 4시 반이 조금 지나고 있었다. 원래는 5시 넘어서 일어나서 아침 밥을 먹고 천왕봉 정상에 가려 했으나, 산장 안내 방송을 들어보니 산장에서 정상까지 1시간 10분 정도 소요가 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우리 일행의 걸음으로는 그럼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조금 일찍 서두르기로 하고 친구들을 깨워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은 전투 식량과 작은 사이즈의 컵라면으로 준비했다. 전투 식량이 아니더라도 시중에는 간단히 전투 식량과 같은 형태로 물을 넣어 비벼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을 팔았는데, 우리는 옛 군 생활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일부러 군납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전투 식량으로 준비했다. 사실, 군 시절에 먹었던 전투 식량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는 참 맛있게 먹었다. 훈련 하면서 식사 시간이 되면 큰 플라스틱 물통에서 물을 받아서 전투 식량과 왕뚜껑 하나를 먹고 나면 어떤 고된 훈련을 받더라도 배고프지는 않았던 기억이 났다. 

< 잘 보면 보인다. 전투식량 >

 배를 든든히 채우고 숙소에 오니 슬슬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덮었던 담요를 반납하고 짐을 챙기고, 쓰레기를 한데 모아 다시 배낭에 넣고, 물을 나눠서 작은 병에 담아서 싣고, 등산화에 아이젠을 단단히 채우고 준비한 손전등을 앞세우고 천왕봉을 향해 걸음을 시작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대청봉을 지나쳐야 하는데, 대피소를 나서자마자 대청봉으로 향하는 언덕이 끝도 없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대피소에서 걸음을 떼고 정확히 10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모두 가뿐 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한치 앞이 보이질 않는 칠흑같은 새벽 속 손전등 불빛에 의지하여 봉우리를 올라가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지만 앞이 얼만큼 남았는지 모르기에 힘이 배가 들었던 것 같다. 

 묵묵히 언덕을 오르고, 또 오르자 대청봉이 나왔고 대청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쉬운 길이었다. 이 때부터는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겨서 손전등으로 이곳 저곳을 비춰가면서 산 자락 아래로 보이는 마을의 불빛도 감상하고, 허리까지 쌓인 눈들과 그 눈들을 뚫고 솟아오른 듯한 지리산을 대표하는 자작나무도 감상하며 천왕봉에 도착했다. 천왕봉 살짝 아래에는 당시 헬기장으로 추정한 제를 지내기 위한 평평한 제단이 있었고, 그 위로 천왕봉 비석이 우리를 맞이했다. 

 천왕봉 비석에는 지리산 정상임을 나타내는 높이가 있고, 그 뒤에는 한국인의 기상 이 곳에서 발원되다 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무언가 그 문구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가지기는 커녕, 너무 매서운 칼바람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일출 시간보다 이른 까닭에 바람을 등진 채로 일출을 기다렸는데, 그 동안 생일을 맞이한 나에게 친구들이 몽쉘 통통 1개에 큰 양초를 꽂고 생일 축하를 해주었다.[각주:2] 

< 모자를 쓸 것을 그랬다. 초점도 하나도 안맞는다. >

 비록 날씨가 궂은 까닭에 일출은 보지 못하고 지리산을 내려왔지만, 서울 올라와서도 근육 진통제를 먹을 만큼 허벅지와 종아리가 아팠지만, 지리산 겨울 산행은 나에게 큰 추억과 기억과 소중한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누군가 대한민국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할 것 1가지 중의 하나가 지리산 종주라고 하였던가. 한라산 등반 때도 그러했지만, 지리산 역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산이다. 다음에 간다면 반드시 귀마개를 챙겨서 갈 것이다. 

 다음 지리산에 관한 글은 노고단부터 시작해서 천왕봉까지의 종주를 꿈꾸며 지난 4일에 있었던 지리산 산행기를 마친다.
 



 
  1. 원래는 양념 소불고기를 준비 했으나, 냉장고에 넣고 미처 챙기질 못하여 중산리 마을에서 급조한 메뉴로 생 삼겹살에 김치와 고추장 넣고 대충 볶은 것이다. [본문으로]
  2. 사실 생일은 산장에 있던, 4일이었는데 정상에서 해준다고 바득 우긴 까닭에 다음날 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고마운 친구들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zerolive
2012. 2. 13. 12:38
 어제 일기 중 칵테일을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요즘에 저녁으로 칵테일을 제조하여 마시며, 스페샬K를 안주 삼아 그것을 저녁으로 대신한다라고 쓴 부분이었다.

 우리 집안은 예전부터 술을 참 좋아했다.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시골에서 막걸리를 밥 보다 더 좋아하셨고, 그 자식들인 아버지나
아버지 형제들의 경우에도 막걸리, 소주, 맥주 가리지 않았다. 그 영향 덕인지 나도 참 술을 좋아한다.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술을 싫어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부리는 주사, 싸움, 큰 목소리로 행하는 모든 것들을 싫어한다.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 가족들이나 친척들도 술을 마시고 참 많이도 싸우고,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이런 이유로 나는 집안에서는 술을 잘 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직장 때문에 수원에 홀로 떨어져 살게된 이후부터는, 가끔 술을 혼자 마시는 것을 즐겨했다. 처음에는 귀찮은 자취생들이 그러하듯, 치킨이나 기타 안주 거리를 식사 대용으로 시키고 그에 곁들인 맥주를 마셨다. 맥주는 캔으로 2캔 정도, CC로는 1,000 CC정도면 취기가 올라 알딸딸한 상태가 되는데 배도 부르기 때문에 딱 그 정도만 마셨다. 그러다가, 집에서 아버지가 홀로 소주를 드시는 것을 기억해 내곤 소주를 마셔보았는데, 혼자 마시는 술은 왜 그리도 쓰던지, 친구들과 즐겁게 마시던 그 술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줄곧 맥주만 마시다가,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게된 무렵 생각해낸 것이 보드카였다.


 2000년 초반 갓 20 대였을 무렵의 나는 자유 분방했다. 주로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각주:1]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학로, 홍대 부근에서 클럽 공연을 보고, 술을 마시고 놀았다. 머리 색은 형형 빛으로 물들었으며, 다리에는 체인이 감겨 있었고, 신발은 태평양의 이지스함만큼이나 컸다. 그 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주로 홍대에서 놀았는데, 이 무렵 친구들과 홍대 부근에서 Bar다나 로베르트네 집이라는 바에 자주 갔다. 자주 가던 바에서 Bacardi 151를 처음 마셔보기도 했고, Jack Coke이라는 대중적인 칵테일을 처음 마셔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잔에 5~6000원하는 소주에 비해 무척이나 비싼 술이었는데, 아마 술 한잔 시켜놓고 1~2시간을 이야기로 지내는 통에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 마시면 후끈 달아오르는 Bacardi 151 >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바에서 종류는 몇 안되지만, 칵테일이나 보드카 등을 많이 마셔왔던 통에 맥주를 대체할 다른 술을 찾다가 생각난 것이 보드카 칵테일이었다. 처음 칵테일을 제조하여 마시기로 한 다음에는 왠지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여유 있는 남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1초 밖에 지속되질 않았다. 내 방은 그리 로맨틱하질 않았던 것이다. 

 처음 시작은 Absolut vodka로 시작하였다. 지금도 정확히 이름은 모르지만 집 근처에 있는 Lotte mart에 퇴근 길에 들러서 한 병 샀다. 바에서 한 병을 마시면 과자 안주 포함하여 약 5~6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마트에서는 3만원 대에 구입이 가능했다. 포도 쥬스를 좋아하는 까닭에, 보드카와 어울리는 지 어떤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포도 쥬스 한 통을 같이 구입해 집에 구비된 머그 잔에 약 2:8의 비율로 섞어 그 맛을 음미했었다. 처음 제조한 칵테일 치고는 너무나 그 맛이 훌륭했다. 바에서 마시던 그 맛보다 훨씬 더! 아마 처음 실패를 했더라면 계속되는 칵테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 마신 이후에도 역시 같은 종류의 다른 향[각주:2]을 사서, 오렌지 쥬스, 포도 쥬스 등을 섞어서 마셨다. Absolut로 약 4개월 넘게 보낸 후 다시 구입을 위해 간 마트에서 Smirnoff를 사게 되었다. 원래는 다시 Absolut를 사려 했으나, 마트 직원의 권유와 칵테일쉐이커 통을 같이 주는 행사가 구미를 당겨 구입하게 되었다. Absolut와의 다른 맛이랄까, 차이점은 글쎄, 솔직히 모르겠다. 새로 구입한 보드카는 전 세계 판매 1위라는데, 어쩐지 얼마 전에 태엽이가 맛있다고 했던 것 같은 기억도 나고, 처음 샀던 종류는 블랙이었고, 이번에 구입한 것은 레드였다.

< 첫 구입한 Absolut Vodka >
 

< 두 번째로 구입한 Smirnoff >

 최근에는 포도주 와인을 음미하는 소믈리에들의 방식을 곁들여, 입 전체를 칵테일로 적시고 외부 공기를 흡입하여 향을 음미하는 식으로 마시고 있다. 앞에서 보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나, 확실히 칵테일이 가진 전체의 향과 맛을 느끼기에는 좋은 방식인 것 같다. 칵테일 1잔으로 약간의 취기와 기분 좋음,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를 짓고 있으나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는 점은 이러다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주 조금, 마음 한 켠이 그런 점에 있어서 개운치 못한 점은 있지만, 퇴근 후 집에 와서 하이킥을 보면서 마시는 칵테일 1잔의 맛은 아직은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다.

 칵테일이 진부해지면 와인 쪽으로 해보고는 싶은데, 와인은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서 섣불리 나서기엔 아직은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 여유가 된다면 보드카 여러 종류를 한번에 구비해서 그날 기분에 따라, 달리 제조하여 마시고 싶을 뿐이다. 칵테일 쉐이커를 서서 본격적으로 제조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1. 지금은 사라진, PC통신의 소규모 모임이었으며, 공식 팬클럽은 아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2집 무렵 안전상의 이유로 공식 팬클럽을 해체했다. [본문으로]
  2. Absolut Vodka는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본 보드카에 서로 다른 과일 향을 섞은 종류로 나뉜다. 각 향마다 어울리는 칵테일 음료들이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zerolive